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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매치기가 되고 싶다

kadaeka 2024. 11. 9. 20:49


선릉역 1번출구로 나와 카카오길찾기를 의존해 찾아간
농민백암순대 본점
길찾기를 좀 개선해줘야 하지 않냐는 건센 악담을 입에 물고
세상 돈안주고 스테퍼를 밟고 오른듯한 강남 선릉의 언덕길,
이건 뭐 별천지 맛집들이 즐비하다

그래도 내가 갈 길은 그 어디도 아닌 오직 한 곳
그래, 밥은 한 끼에 한번만 주어지는 소중한 시간이지

물론 특정부류에 한 해 2차 3차 배로 때려 넣을 수 있겠지만
난 그러기엔 하염없이 위력이 약하다


여기 어때 라면서 읊어주는 그녀의 말은 귀얇은 내게는
팔랑팔랑,
"그래그래"

전에 없던 빅백을 어깨에 짊어지고 이렇게 갈일이던가


그래도 맛있는 밥은 이 모든 고난을 한방에 다 날려주는 맛이었다



밤이 시작되었고, 캄캄함이 주는 귀가길 본능
역주행 하듯 늦은 시간 집을 나왔는데,

아직도 전단지를 나눠주며 일을 하고 계신 아주머니 한 분을
만났다

전단지 한웅큼을 들고 계신걸 보니 이걸  다 뿌리려면
한참 걸릴 것 같아 한장만 주시는걸 냅다 뭉티기를
빼앗듯 낚아챘는데 ..
아주머니 손아귀 힘이 어찌나 세던지 나를 저지한다
아니 이렇게 힘이 쎌 일이던가?

보이지 않는 그 짧은 순간 전단지를 뺏으려는자,
안뺏기려는자의 팽팽한 기 싸움!!

나혼자 피시식 웃었다

결국 나는 이 한장의 전단지만 받아 들고 왔다

이걸 또 집까지 가져오는 건 또 뭐람

언제 어느때 누구이던간에 나는 아마도 전단지맨과 만나면
한장으론 만족하지 못할 것 같은 ...
빨리 돌리고 집으로 들어가세요 하는 마음으로
전단지를 빼앗는 소매치기가 되고 싶다




11시가 넘어 강남에서 집으로 오는 길
맛있게 먹은 순대국이 맛있어 무게감에 무게를 실어 간다
마음은 가볍게, 몸은 무겁게
그래도 즐거웠던 내 인생에 기억에 남을  포인트를 찍은날!